"기원전 6500년 : 사이다(Cider) 고고학적 증거를 통해 사과의 기원 시기를 이 무렵으로 추정한다.
기원전 6000년 : 수수(Sorghum). 수수는 에티오피아와 수단 근처의 북동 아프리카가 원산지이며, 기원전 6000년경에 재배되기 시작했다.
사탕수수(Sugarcane). 뉴기니에서 경작되기 시작했다. 이 무렵에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 사탕수수가 자랐다는 증거가 발견되었다."
1. 사과의 역사
사과의 원산지는 예전엔 발칸반도로 알려져 있었지만, DNA 조사 결과 키르기즈스탄과 중국 사이의 텐산 산맥과 타림 분지로 밝혀졌습니다. 야생 사과는 두 방향으로 전파되고 진화했습니다. 동쪽으로 중국 서부와 시베리아를 거쳐 우리나라까지 분포된 마루스 아시아티카(Malus asiatica)계와 서쪽으로 유럽 남동부인 코카서스와 터키에서 2차 중심지를 형성한 마루스 시에베르시(Malus sieversii)계이죠. 마루스 시에베르시 계통은 유럽 전역으로 퍼져서 마루스 푸밀라(Malus pumila)계로 분화했고, 여기에 사람의 손길이 더해져서 오늘날의 서양 사과인 마루스 도메스티카(Malus domestica)로 발전했습니다.
2019년에 발표된 독일의 로베르트 슈펭글러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사과는 다른 장미과 식물과 다른 별개의 진화 과정을 거쳤습니다. 체리와 산딸기 같은 다른 장미과 식물은 새들의 먹이가 되어서 퍼지려고 열매를 작게 유지했습니다. 하지만 사과는 큰뿔사슴 같은 대형동물들이 먹고 씨를 퍼뜨릴 수 있도록 수백만 년에 걸쳐 과육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했죠. 그러나 마지막 빙하기 이전에는 번성했던 대형동물들이 빙하기를 거치면서 대부분 멸종하자 씨앗을 퍼뜨릴 동물이 사라진 야생 사과의 분포지는 줄어들게 되었습니다.
위기를 맞이한 사과를 되살린 것은 인류였습니다. 인류는 적어도 기원전 6500년경부터 야생 사과를 채집했고, 이후 재배를 하면서 교잡과 접붙이기, 가지치기를 통해 사과 크기를 키우고 입맛에 맞는 품종으로 개량했습니다. 요르단 계곡에선 기원전 6500년경의 사과가 발견되었고, 기원전 2000년 경의 스위스 토굴 주거지에서 탄화된 사과가 발굴되면서 서양 사과의 재배 역사는 4,000년 이상인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사과의 재배종과 야생종을 구분한 기록이 있고, 접목과 번식법이 소개되었을 만큼 재배 기술이 발전했죠. 로마시대에는 마루스(Malus), 또는 마룸(Malum)이란 명칭으로 사과 재배가 성행했습니다.
사과 재배는 전 유럽으로 퍼졌고 양조용 포도를 재배하기엔 기후가 너무 서늘했던 영국과 북유럽에서는 포도 대신 사과로 발효주를 만들었습니다. 이 술이 프랑스어로 시드르(Cider), 영어로 사이다라고 부르는 술입니다.
2. 수수의 역사
수수는 벼목 벼과에 속하는 곡류입니다. 인류가 쌀과 밀을 주로 재배하면서 잡곡으로 분류되어 수요와 생산량이 많이 줄었지만, 3대 곡물인 쌀, 밀, 옥수수에 이어서 4번째 주요 곡물로 분류됩니다. 수수가 4번째 주요 곡물인 이유는 콩과 보리는 부식으로 취급되는 곳이 많지만, 수수는 서아프리카와 인도 데칸 고원의 주민들이 주식으로 먹기 때문입니다. 다만 수수는 생산지에서 바로 소비되기에 보리보다 국제무역이 활발하지는 않습니다.
수수의 발원지는 아프리카로 수단 공화국과 에티오피아에선 기원전 3천 년 경에 수수를 재배했던 흔적이 남아있습니다. 수수는 아프리카에서 인도를 거쳐 중국으로 들어왔고 동아시아 일대로 퍼졌습니다. 중국에선 수수를 고량(高粱)이라고 하지만, 처음엔 ‘촉서(蜀黍)’, 즉 ‘촉나라 기장(黍)’이라고 불렀습니다. 이 명칭은 중국에 수수가 처음 전래된 곳이 촉나라 쪽임을 짐작하게 해 주죠. 중국에선 수수로 만드는 전병을 아직도 촉서전병이라고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부르는 수수라는 이름도 촉서의 중국어 발음인 수수(병음: /shǔshǔ/)에서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입니다.
척박하고 건조한 곳에서도 제법 잘 자라는 수수는 아프리카 등지에서 많이 재배하며, 가루를 내어서 빵과 술의 재료로 사용됩니다. 우리나라에선 수수 팥떡 같은 음식의 재료로 주로 사용하지만, 중국에선 전통 증류주로 백주(白酒)의 한 종류인 고량주의 원료로 쓰이죠.
3. 사탕수수의 역사
사탕수수는 남아시아와 동남아시아가 원산지인 벼목 벼과의 다년생 초본입니다. 대나무와 같이 생긴 높이 2-6미터의 줄기에 이당류인 자당(sucrose)이 함유된 즙이 매우 많은 것이 특징입니다. 사탕수수에서 즙을 뽑아내어 정제하면 설탕이 되고, 설탕을 만들 때 나오는 부산물인 당밀을 발효해서 증류하면 럼(Rum)이 됩니다.
다양한 곳에서 여러 종류의 사탕수수가 기원하며, 사카룸 벵갈렌스(Saccharum bengalense)는 인도 갠지스강 유역에서 사카룸 에둘(Saccharum edule)은 뉴기니에서 자생했습니다. 사탕수수는 기원전 8000년 서태평양 뉴기니에서 처음 재배되었고, 인도인은 사탕수수 수액에 들어있는 자당을 5천 년 전부터 이용했습니다. 굽타 제국(350년경) 시기에는 설탕을 결정화하는 방법을 발견했죠. 초기 정제 방법은 사탕수수를 갈거나 두드려서 사탕수수 추출액을 얻은 다음 추출액을 끓이거나 햇볕에 말려서 자갈처럼 보이는 설탕 고형물을 얻는 것이었습니다. 설탕(sugar)에 대한 산스크리트어인 “사카라(sharkara)”는 자갈(gravel), 또는 모래(sand)를 뜻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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